2025년 8월 13일 수요일

일본의 야키토리, 주의하는 것이 좋은 이유와 메뉴


 

1억엔을 보상한 효고현의 실제 사례

일본에 방문하면 야키토리집에서 생맥주에 닭꼬치는 피할 수 없는 메뉴죠. 하지만 일본만의 독특한 닭고기 요리인 '토리사시(닭고기회)'나 '타타키(겉만 살짝 익힌 닭고기)'에는 숨겨진 위험이 있습니다. 


신선함에 숨겨진 치명적인 위험, 캄필로박터

일본에서는 닭고기를 완전히 익히지 않고 먹는 문화가 일부 존재합니다. '신선한 닭고기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매우 위험한 착각일 수 있습니다. 닭고기에는 캄필로박터(Campylobacter)라는 식중독균이 높은 확률로 존재하며, 이는 단지 표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닭의 내장과 근육 조직에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캄필로박터균은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복통, 설사, 발열 등의 식중독 증상을 일으킵니다. 대부분의 경우 며칠 내에 회복되지만, 캄필로박터균의 진짜 무서움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감염 후 드물게 발생하는 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é Syndrome)이라는 난치병 때문입니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면역 체계가 신경을 공격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팔다리의 마비부터 시작해 심한 경우 호흡 곤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1억 엔의 배상금을 부른 비극적인 사건

실제로 이러한 비극적인 사례가 있었습니다. 지난 2016년, 효고현의 한 음식점에서 닭가슴살 타타키를 먹은 한 남성이 캄필로박터 식중독에 걸린 후, 드물게 길랭-바레 증후군이 발병했습니다. 이로 인해 팔다리가 마비되고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1급 후유장애 판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1억 엔(한화 약 9억 원)이 넘는 손해배상금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사례는 '신선하다'는 이유만으로 덜 익은 닭고기를 먹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지 경각심을 주는 사건입니다.

일본의 야키토리 메뉴는 닭고기의 다양한 부위와 채소를 활용하여 60-70가지 이상의 폭넓은 종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캠필로박터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거나 실제 발생 사례가 많은 메뉴가 있습니다.

🍢 일본 야키토리의 주요 메뉴

일본의 야키토리 메뉴는 크게 닭고기 부위, 돼지고기, 소고기, 그리고 채소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 닭고기 부위:

    • 정육 (もも): 닭의 허벅지 살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부위입니다.
    • 네기마 (ねぎま): 닭고기와 파를 번갈아 꽂은 꼬치입니다.
    • 츠쿠네 (つくね): 다진 고기로 만든 완자 형태의 꼬치입니다.
    • 레바 (レバー): 닭 간을 의미하며, 특정 점포에서만 취급하기도 합니다.
    • 본지리 (ぼんじり): 닭의 꼬리 부분을 나타내며, 기름지고 풍미가 좋습니다.
    • 하츠 (ハツ): 닭의 심장을 의미하며, 쫄깃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 사사미 (ささみ): 닭가슴살 안쪽에 있는 부위로, 담백합니다.
    • 히나카와 (ひな皮): 닭 껍질을 의미합니다.
    • 세세리 (せせり): 닭 목살로, 쫄깃하고 감칠맛이 있습니다.
    • 난코츠 (なんこつ): 닭 연골입니다.
    • 테바사키 (手羽先): 닭 날개 부위입니다.
  • 기타 메뉴:

    • 피망 고기 완자 (ピーマン肉詰): 피망 속에 다진 고기를 채워 넣은 꼬치입니다.
    • 소고기 꼬치 (牛串焼): 소고기를 사용한 꼬치입니다.
    • 돼지 목살 꼬치 (豚バラ串焼): 돼지 삼겹살을 사용한 꼬치입니다.

🚨 캠필로박터 식중독 위험 메뉴 및 실제 사례

캠필로박터균은 닭, 소, 돼지 등 동물의 장에 상주하며, 특히 닭고기에서 높은 확률로 검출됩니다. 유통되는 닭고기의 60% 이상이 이 균에 오염되어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소량의 균만으로도 감염될 수 있으며, 냉장 보관 시에도 균이 사멸하지 않고 증식이 억제될 뿐이므로, 충분히 가열하지 않은 닭고기 메뉴는 식중독 위험이 높습니다.

  • 생 또는 덜 익힌 닭고기 요리:

    • 토리사시미 (鶏刺身): 닭고기 회.
    • 토리타타키 (鶏たたき): 겉만 살짝 익힌 닭고기.
    • 레바사시 (レバー刺し): 닭 간 회.
    • 토리와사 (鶏わさ): 닭고기와 와사비를 곁들인 요리.
    • 토리 유케 (鶏ユッケ): 닭고기 육회.
    • 저온 조리 닭고기 (鶏肉等の低温調理): 저온에서 조리된 닭고기 요리.
    • 사사미 유비키 (ささみの湯引き): 닭가슴살을 데친 요리.
  • 야키토리 (구운 닭꼬치):

    • 야키토리는 덜 익힌 상태로 제공될 경우 캠필로박터 식중독의 주요 원인이 됩니다. 특히 꼬치에 꽂힌 고기 사이가 덜 익은 경우가 많으며, 조리 후 시간이 지나면서 균이 증식할 수 있습니다. 히키니쿠(다진 고기)로 만든 츠쿠네나 미트볼 등은 속까지 완전히 익혀야 안전합니다.
  • 효고현의 경우 외 실제 식중독 발생 사례:

    • 2024년 10월 17일 가나가와현 즈시시의 한 음식점에서 야키토리 등을 먹은 후 설사, 복통,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인 환자가 발생하여 캠필로박터 식중독으로 판단되었습니다.
    • 2025년 5월 3일 하마마츠시 하마나구의 음식점에서 야키토리 등을 먹은 27세 여성 3명이 설사, 복통, 발열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 2025년 8월 1일 오사카시 나니와구의 야키토리 전문점에서 닭 사시미 모둠을 포함한 코스 요리를 먹은 11명이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을 보여 캠필로박터 식중독으로 확인되었고, 해당 가게는 2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 도쿄도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례 중 야키토리가 가장 많은 20건을 차지했습니다. 나고야시에서 발생한 캠필로박터 식중독 사례의 주요 원인 메뉴는 닭 사시미, 닭 간 사시미, 덜 익힌 야키토리 등이었습니다. 2018년 보고에 따르면, 캠필로박터 식중독은 연간 300건, 환자 수 2,000명 정도로 추산되며, 이는 일본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식중독 중 가장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또한 식중독 사례의 약 70%가 음식점에서 발생합니다.

안전한 닭고기 요리를 위한 필수 수칙

닭고기를 즐기기 위해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 수칙이 있습니다.

  1. 충분히 가열하기: 닭고기 내부가 75℃ 이상의 온도에서 1분 이상 충분히 익었는지 확인하세요. 겉만 살짝 익히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2. 교차 오염 방지: 생닭을 만진 손이나 칼, 도마는 다른 식재료를 만지기 전에 반드시 깨끗이 씻어주세요.
  3. 생 닭고기 메뉴 피하기: 닭고기회, 타타키 등 덜 익힌 닭고기 메뉴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 여행 중이거나, 일본 식당에서 닭고기 요리를 접할 때, '덜 익은' 혹은 '생'이라고 표기된 메뉴를 본다면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맛있는 여행과 건강을 모두 지키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